만성신부전 환자에게 단백질은 조심스러운 영양소입니다. 너무 많이 먹으면 신장에 부담이 되고, 너무 적게 먹으면 근육이 빠지고 체력이 떨어집니다. 특히 노화나 활동량 감소가 함께 있는 환자라면, 단백질 부족은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단백질 섭취를 무조건 줄이기보다, 신장과 근육 모두를 지키는 균형 있는 섭취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드리겠습니다.
1. 단백질 부족하면 어떻게 될까요? 근육부터 빠져나갑니다
단백질은 단순히 근육만 만드는 영양소가 아닙니다. 면역 기능, 호르몬, 효소, 체력 유지, 상처 회복 등 거의 모든 생명 활동에 관여하는 필수 구성 성분입니다. 하지만 만성신부전 환자 중 많은 분들이 “단백질은 적게 먹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의도적으로 식사에서 단백질을 줄이곤 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단백질을 과도하게 제한하면, 우리 몸은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근육을 스스로 분해하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노인 환자나 식욕이 떨어진 환자에게는 단백질 말고도 전반적인 식사 섭취양도 부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근육 손실이 훨씬 빠르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근육이 줄어들면 체력이 떨어지고,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며, 넘어지거나 골절되는 위험도 커집니다. 이로 인해 병원에 입원하거나, 회복이 더딘 상태로 악순환에 빠질 수 있습니다. 또한 근육이 줄면 면역력도 함께 떨어져 감염에 더 취약해지고, 장기적으로 삶의 질까지 크게 저하될 수 있습니다.
단백질 섭취는 신장 보호와 상반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올바른 양과 형태를 선택하면 오히려 근육과 신장 둘 다 지킬 수 있는 중요한 전략이 됩니다. 중요한 건 무조건 줄이기가 아니라, 똑똑하게 조절하기입니다.
2. 그럼 얼마나 먹어야 할까요? 환자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만성신부전 환자의 단백질 섭취량은 환자의 신장 기능 상태(투석 여부 포함)에 따라 다릅니다.
- 비투석 환자는 대체로 체중 1kg당 0.6~0.8g 정도의 단백질이 권장됩니다. 이 정도는 신장에 부담을 줄이지 않으면서도, 필수 아미노산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양입니다.
-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 중인 환자는 단백질 손실이 크기 때문에, 체중 1kg당 1.2~1.4g 정도로 오히려 더 많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체중 60kg인 혈액투석 환자는 하루 72g~84g의 단백질이 필요한 셈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단백질을 무조건 줄이기보다, 내 몸 상태에 맞게 정량을 지키는 것입니다.
또한 단백질 섭취는 하루 3끼 식사에 고르게 나누어 섭취하는 것이 흡수율과 효율면에서 더 높습니다. 한 끼에 몰아서 많이 먹기보다는, 매 끼니에 소량씩 포함시키는 습관이 좋습니다.
섭취량만큼 중요한 건 단백질의 질입니다. 흡수율이 높고, 불필요한 인이나 칼륨이 적은 단백질 식품을 선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부분은 다음 소제목에서 자세히 설명드릴게요.
3. 어떤 단백질이 좋을까요? 신장에 부담 적고 근육 지키는 식품은 따로 있습니다
단백질을 섭취하더라도, 어떤 단백질을 먹느냐에 따라 신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집니다. 만성신부전 환자에게 추천되는 단백질 식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 계란 흰자: 고품질 단백질이며, 인 함량이 낮아 부담이 적습니다. 노른자는 인 함량이 높기 때문에 흰자만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 흰살 생선: 명태, 대구, 갈치 같은 흰살 생선은 지방도 적고 흡수도 잘 됩니다.
- 닭가슴살, 돼지 안심: 기름기가 적은 부위는 단백질 공급원으로 훌륭합니다. 튀기지 않고 구워서 드시면 더욱 좋습니다.
- 두부, 삶은 콩류: 식물성 단백질도 익히고 데치면 칼륨과 인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양을 조절해야 합니다.
반면, 햄, 소시지, 가공된 단백질 보충제 등은 인과 나트륨이 많아 주의가 필요합니다. 제품을 고를 때는 저인·저칼륨 표시가 있는지 꼭 확인하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팁은, 단백질 섭취와 함께 충분한 칼로리를 섭취하는 것입니다. 칼로리가 부족하면 단백질이 에너지로 사용되면서 본래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탄수화물이나 지방 섭취가 너무 부족하지 않도록 조절하면서 단백질을 보완해야 합니다.
만약 식사만으로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기 어렵다면, 의료진 상담 후 신장 환자용 단백질 보충제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단, 성분 확인은 필수입니다.
결론: 단백질, 조절은 필요하지만 ‘줄이기만’ 해선 안 됩니다
단백질은 만성신부전 환자에게 양날의 검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백질을 무조건 줄이는 식단은 결국 근육 손실, 체력 저하, 면역력 약화라는 더 큰 문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진짜 중요한 건 ‘줄이는 것’이 아니라, 내 몸에 꼭 맞는 양과 방식으로 조절하는 것입니다. 단백질을 적당히, 질 좋게, 잘 나눠서 먹는 습관은 신장 기능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근육을 유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식단을 점검해 보세요. 내가 너무 단백질을 피하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잘못된 음식으로 섭취하고 있진 않은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늘부터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변화가, 내일의 건강한 컨디션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근육도, 신장도 함께 지키는 균형 잡힌 식사. 그것이 바로 만성신부전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건강관리입니다.


